퍼스널 클라우드 컴퓨팅(Personal Cloud Computing; PCC) 서비스 시장이 뜨고 있다. PCC는 수많은 디바이스들을 보유한 이용자가 언제 어디서나 자신이 사용하던 사진, 동영상, 주소록, 오피스 문서, 게임, 메일 등의 콘텐츠들을 최신의 상태에 접근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서비스다. 초기 시장에선 IT 분야의 포털과 통신사, 제조사들이 움직이고 있지만 클라우드 컴퓨팅 인프라를 통해 전통적인 기업들도 이 시장에 눈을 돌릴 것으로 보인다. 블로터닷넷은 이번 기획을 통해 우선 IT 업계에서 PCC 시장에 대한 어떤 움직임이 있는 지, PCC가 우리의 디지털라이프를 어떻게 바꾸게 될 지 조명해 볼 계획이다.
스타벅스가 부진에 빠진 이유는 무엇일까? 나만의 커피를 팔던 문화 공간에 흠뻑 취했던 고객들은 어느 날부턴가 샌드위치와 초콜릿이 등장하고 사람 대신 기계가 커피를 뽑아내기 시작하면서 또 하나의 패스트푸드점으로 전락한 ‘스타벅스’를 외면하기 시작했다. 서울의 스타벅스 매장에서 맛보던 ‘카페라떼’를 중국 상하이의 ‘스타벅스’에서도 똑같이 맛볼 수 있다는 그 ‘경험’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나만을 위한’ 커피에 대한 경험은 사라져버렸다.
스타벅스의 창업자 하워드 슐츠가 복귀했지만 스타벅스는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뜬금없이 스타벅스를 등장시킨 이유가 있다. 전통 산업에선 일반화 돼 있는 ‘동일한 사용자 경험’에 IT 업계가 눈을 돌리면서 본격적인 경쟁이 수면 위로 떠오랐기 때문이다. 사용자들은 PC 한대를 사용할 때와는 다르게 자신이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이나 다양한 콘텐츠와 서비스들을 MP3 플레이어, 노트북, 휴대폰, 내비게이션, 휴대용멀티미디어플레이어(PMP), 태블릿, 디지털TV, 게임기 등 수많은 디지털기기에서도 동일하게 이용하고자 한다.
IT 기기 제조업체, 소프트웨어 업체, 인터넷 서비스 업체, 통신업체 등이 수없이 쏟아지는 다양한 기기들에 사용자들의 동일한 경험을 유지해 주기 위한 경쟁에 뛰어들었다. 서로 다른 영역에서 출발했지만 목표는 같다. 바로 ‘동일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시장조사 업체인 포레스터리서치는 이런 시장을 ‘PCC’(Personal Cloud Computing 이하 PCC)라고 명명하고, 2013년에 PCC 시장이 157억 달러(18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신동윤 메타트렌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최근 발표된 아이폰의 운영체제인 iOS4에 ‘동기화’ 기능이 들어갔다. 아이북스도 아이폰에서 사용할 수 있다. 이건 무엇을 하기 위해서일까? 아이패드에서 책을 읽다가 메모하거나 체크해 놓은 것을 아이폰을 통해 읽을 때도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아마존이 자신의 클라우드 인프라와 이북 리더인 ‘킨들’을 사용하는 고객들에게 동기화를 통해 북마크와 콘텐츠의 경험을 동일하게 제공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다양한 기기들에 동일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선 클라우드 컴퓨팅이 없으면 구현 자체가 거의 불가능해 집니다. 클라우드를 사회의 인프라로 인식하지 못한다면 새로운 경쟁 시대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PCC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경쟁 업체들도 쟁쟁하다.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해 SK텔레콤, NHN, 노키아, 삼성전자, LG전자, 시만텍, HP, EMC 등 IT 업계 전체가 이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마트폰을 비롯한 제조사들은 자사의 제품에 대한 차별화된 서비스 요소로 부각시켜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PCC에 주목하고 있다. 통신사들은 자사 통신 서비스에 가입한 고객들의 데이터 사용량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이 숨어있다. 포털 업체들은 새로운 서비스의 출현으로 이탈할 지 모를 고객들을 묶어두면서 전통적인 광고 수익을 유지하기 위해, IT 장비와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기업 시장의 영향력을 개인 시장으로 확대하기 위해 PCC를 넘보고 있다.
애플은 ‘아이튠즈’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게임, 음악, 동영상, 팟캐스트, e북과 같은 콘텐츠들을 자사의 PC, 노트북, 휴대폰, MP3, 아이패드와 같은 태블릿 기기를 하나로 묶으려 하고 있다.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공 모델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지만 ‘모바일미’라는 동기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아이디스크라는 저장공간도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워싱턴주에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면서 본격적인 클라우드 서비스를 위한 작업에 착수한 상황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애플의 향후 전략을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통한 PCC 서비스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구글은 구글닥스와 지메일, 캘린더, 구글토크, 웨이브 등 이미 광범위한 서비스들을 다양한 기기들에서 동일한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가장 큰 인터넷 서비스 플랫폼을 만들어 놓은 입장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준’이라는 유료 서비스를 통해 게임과 뮤직비디오, 팟캐스트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마이폰’이라는 서비스도 선보이면서 휴대폰에 저장된 연락처, 동영상, 사진 같은 콘텐츠를 동기화 시켜나가고 있다. 게임 분야에서는 x박스 360 라이브를 통해 접근하고 있다. 윈도우 폰 7을 통해 아이튠즈와 같은 클라이언트 프로그램인 ‘준’도 선보이는 등 사용자들이 통합 환경에서 모든 정보들을 관리할 수 있도록 다가서고 있다.
서진호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부장은 “어떤 기기를 사용하든 상관없이 서비스를 동일하게 제공되기 위해서는 클라우드 인프라가 꼭 필요합니다. 이런 인프라를 통해 개인화된 서비스를 누가 더 효율적이고 경쟁력 있게 제공할지의 경쟁이 시작된 것”이라고 밝혔다.
SK텔레콤은 PCC 시장을 위해 한국클라우드컴퓨팅연구조합, ETRI, KAIST, 넥스알, 나눔기술 등과 개방형 기술혁신 방식으로 4년간 공동 연구개발을 진행해 나갈 계획이다. SK텔레콤은 PCC 서비스를 이용하면 이용자가 사진과 동영상, 주소록, 오피스 문서, 게임, 메일 등 다양한 콘텐체를 인터넷 서버에 저장하고 스마트폰, 태블릿 PC, 전자책 리더, IPTV 등 인터넷이 가능한 IT 기기에서 언제든 자유롭게 꺼내 쓸 수 있게 된다고 설명한 바 있다.
김경환 SK텔레콤 B2B 기술팀 매니저는 “일정에 ‘미국 뉴욕 출장’이라고 체크해 놓으면 뉴욕의 날씨와 사용자가 가볼 만한 공간 정보, 맛집 정보 등을 자연스럽게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라며 “만약 SKT의 PCC 서비스를 받던 고객이 휴대폰을 잃어버려 새로운 폰을 개통한 후 자신의 아이디로 로그인을 하면 잃어버린 휴대폰에 설치돼 있던 프로그램이나 주소록 등이 새로운 휴대폰에 그대로 셋팅 되는 것”이라며 향후 PCC 서비스가 제공할 사례를 소개했다.
이 시장을 팔짱만 끼고 볼 NHN이 아니다. NHN은 국내 최대 포털과 검색 서비스 업체답게 2007년부터 하나씩 관련 서비스를 준비해 왔다.
NHN은 올 4월 6일 ‘네이버 쉬프트 2010′ 행사를 열고 PCC 시장에 대한 야심작에 대해 슬쩍 공개했다. NHN의 무기는 ‘데스크홈’. 데스크홈은 개인화 서비스로 이 시장에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다. 데스크홈에는 ▲네이버 웹메일과 쪽지 등 기본 기능 ▲캘린더, 가계부, 계좌조회, 포토앨범, 주소록 등 개인화 서비스 ▲개인 파일 저장 공간인 N드라이브 ▲미투데이나 블로그, 카페의 새소식과 댓글을 확인하고 글을 남길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캐스트가 들어선다. 최근엔 주소록 동기화 서비스를 위해 베타테스터들을 대거 모집해 클로즈 서비스에도 나서고 있다.
또한 6월부터 네이버가 선보일 예정인 ‘웹오피스 워드’를 이용하면 N드라이브에 저장된 파일을 데스크홈에서 곧바로 수정·편집할 수 있으며, 한 문서를 다른 지인들과 동시에 편집·공유하는 기능도 선보일 예정이다.
데스크홈이라고 명명되긴 했지만 다양한 서비스 중 가장 유심히 살펴봐야 될 서비스는 N드라이브다. 혹시 최근 네이버가 선보인 엔드라이브 CF를 본 적이 있는가?
“내 문서를, 내 음악을, 내 사진을, 내 동영상을
내 엔드라이브에 올려두면
강의실에서, 작업실에서, 지하철에서
점심먹다, 새벽에도
내 PC나 USB가 없어도 다 꺼내 볼 수 있다.
나만의 무료 웹 저장공간, 엔드라이브”
라는 멘트가 나오는 네이버의 광고를 볼 수 있다. 이 엔드라이브는 NHN PCC의 가장 핵심이 되는 서비스이자 기간 인프라다.
정현주 NHN 포털전략1팀 팀장은 “해외 경쟁 업체들에 뒤지지 않는 속도로 다양한 서비스들을 준비해 가고 있습니다. 엔드라이즈는 NHN의 모든 서비스의 근간이 되는 데이터 저장소입니다. 앞으로도 재미난 서비스들을 계속해서 하나씩 선보일 계획입니다”라고 밝혔다.
이런 서비스 경쟁이 시작되면서 향후 PCC 서비스에 대한 수익 모델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모아지고 있다.
구글처럼 개인들에겐 무료로 풀고 대신 광고수익을 노리거나 기업 고객들에겐 소정의 사용료를 받는 모델을 떠올릴 수 있다.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처럼 일정 저장 공간을 넘어설 때 과금하는 프리미엄 서비스 모델, 통신사처럼 부가 서비스로 월정액을 받고 제공하든가 몇몇 서비스는 무료로 제공하고 유료 서비스를 차별화할 수 있다. 사용자가 어떤 수익 모델을 지지할 지가 관건이다.
PCC 시장을 놓고 IT 업계 전체가 ‘총성없는 전쟁’을 시작했지만, 이런 요구가 비단 IT 업체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PCC 시장의 파괴력이 상상 이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신동윤 수석연구원은 “지금은 IT 기기 위주로 시장이 형성되겠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면 전 산업에 PCC 바람이 불 것”이라고 확신한다.
얼마 전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커피머신 제공 업체인 쎄코(www.saeco.com)가 2,500달러 짜리 지문인식 제품을 선보였다. 6명의 지문을 인식해서 각자 원하는 취향의 커피를 등록해 사용자마다 맞춤 커피를 만들어준다. 만약 이 서비스가 클라우드 서비스와 결합된다면 전세계 어디를 가든 이 기계만 만나면, 내가 집에서 한번 등록해 놓은 커피를 마실 수 있게 된다.
신 수석은 “또 렌트카 업체들이 자사 손님들의 정보를 클라우드 서비스와 연계하면 또 어떤 일이 벌어질까”라며 클라우드 인프라를 활용한 개인화 서비스는 IT 업체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고 강조한다. 서비스 업체들이라면 모두가 PCC를 통한 서비스 극대화를 꾀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클라우드 컴퓨팅을 단순히 전산실 총소유비용(TCO) 절감 수준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의사결정자들이 클라우드의 파괴력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클라우드가 없으면 자신들의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제대로 전달할 수 없는 시간이 코 앞으로 다가 왔다”고 강조했다.클라우드 컴퓨팅이 단지 IT 업계를 넘어 전통 산업의 경쟁력까지 좌우할 순간이 머지 않았다. PCC에 주목해야 하는 진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