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2011년. 최근 구입한 엑스박스(Xbox) 키넥트(Kinect)에 푹 빠진 A군은 엑스박스 라이브 서비스를 휴대폰에서도 즐기기 위해 휴대폰을 윈도우 폰 7으로 바꿨다. 이 참에 Xbox 360과 PC, 윈도우 폰에서 모두 호환되는 게임 타이틀도 몇 개 구입했다. 그 중에서도 휴대폰에서 즐기기에도 무난한 인디아나 존스 게임을 가장 자주 플레이하는 편이다.
거실에서 Xbox로 혼자 게임을 즐기던 A군은 ‘비디오 키넥트’ 기능을 실행했다. 화상채팅으로 윈도우 라이브 메신저에서 접속한 친구에게 같이 게임하자고 말했다. 그렇게 해서 친구와 함께 한참을 더 게임을 즐겼다.
엄마는 항상 결정적일 때 심부름을 시키신다. 마트에 가서 두부 한 모를 사오라고 하신다. 그래도 괜찮다. 가까운 마트로 걸어가면서도 윈도우폰 7으로 Xbox에서 하던 게임을 이어서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심부름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는 윈도우 폰에 이어폰을 꽂고 어제 Xbox에서 준에 접속해 구입한 최신곡을 감상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가 그리는 2011년의 모습이다.
서진호 한국MS 부장(사진)은 “MS가 다시 한번 개인 고객 시장을 주도하기 위한 필승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며, “그 중심에 ‘개인화 클라우드 컴퓨팅(Personal Cloud Computing; PCC)’과 이를 십분 활용하는 윈도우 폰 7, Xbox 360용 키넥트(프로젝트명 나탈)가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 MS만큼 풍부한 클라우드 인프라를 갖춘 곳도 드물다. MS는 퍼블릭 클라우드 인프라인 ‘윈도우 애저’를 통해 인프라(IaaS)와 플랫폼(Paas), 애플리케이션(SaaS) 등 전 영역에 걸친 클라우드 서비스가 가능하다. 더불어 이러한 클라우드 기술을 빠르게 자사의 솔루션에 이식하며 잇달아 서비스 형태로 출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올 하반기에 선보일 윈도우 라이브 4가 있다. 서진호 부장은 “새로운 윈도우 라이브에는 핫메일과 메신저, 사진 갤러리와 무비 메이커, 스카이드라이브 등 기존의 서비스에 라이브 매시라는 클라우드 엔진과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를 연동하는 기능이 대폭 강화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앞으로는 윈도우 라이브를 지원하는 다양한 디바이스 간에 자동으로 동기화가 이루어질 것이며, 더 나아가서는 서로 다른 디바이스를 사용해도 (예를 들어 도서관에 있는 PC에서도) 윈도우 라이브에 로그인하기만 하면 개인화된 나만의 PC 환경을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MS는 비슷한 시기에 MS 오피스를 웹으로 확장시킬 ‘MS 오피스 웹 앱스’도 선보일 예정이다. MS 오피스 웹 앱스는 구글 앱스처럼 웹에서 바로 쓸 수 있는 오피스 소프트웨어로, 무료 웹창고 서비스인 스카이드라이브와도 밀접히 연동돼 윈도우 라이브 ID 하나만으로 손쉽게 파일을 웹에 저장하고 편집하고 열람할 수 있게 된다. 이와 더불어 MS 쉐어포인트 서버에 올린 오피스 파일을 윈도우 라이브 서비스에서 공동 작업할 수 있는 협업 기능도 추가될 예정이다.
윈도우 폰 7 출시와 함께 준(Zune) 서비스도 국내에 선보인다. 준은 MS가 ‘준 HD’라는 MP3 제품을 통해 시작했던 음악과 비디오 서비스로, 애플의 아이튠즈와 유사한 형태라고 보면 된다. 준이 윈도우 폰 7을 지원하게 되면 음악과 비디오, 팟캐스트의 유통 채널을 넘어, 휴대폰의 콘텐츠를 동기화하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진행하는 채널로 확장될 것이다.
이와 함께 MS는 ‘마이폰’ 서비스를 통해 휴대폰에 저장된 연락처, 동영상, 사진 같은 콘텐츠를 동기화 시켜나가고 있으며, Xbox 라이브를 통해 Xbox 사용자들을 서로 엮어나가고 있다.
클라우드 인프라에 기반한 이와 같은 서비스들은 윈도우 7이 설치된 PC 뿐만 아니라, Xbox 360과 윈도우 폰 7등 다양한 디바이스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다가갈 것이며, 동기화를 통해 다양한 디바이스에서 끊임없는(Seamless)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게 된다.
MS가 제공하는 개발 툴인 비주얼 스튜디오 2010과 실버라이트4, 익스프레션 블렌드를 활용하면 PC와 웹, 윈도우 폰7, Xbox 당양한 디바이스에서 대부분의 코드를 공유해서 손쉽게 개발할 수 있기 때문에, 멀티스크린을 지원하는 콘텐츠를 확보하는 데 있어서도 유리한 점이 있다.
서진호 부장은 “앞으로는 휴대폰, PC 등 로컬 디바이스에 데이터를 저장하는 것이 의미가 없어질 것”이라며 “어떤 디바이스를 사용하든 상관없이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클라우드 인프라가 필수 요소”라고 설명했다. 그는 “게임이 끝난 게 아니라 이제 시작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러한 인프라를 통해 누가 개인화된 서비스를 더 효율적이고 경쟁력 있게 제공할 수 있을 지의 경쟁이 시작됐다”며, “앞으로는 셋톱박스와 TV에 이어, 심지어는 자동차까지 이러한 경쟁이 확산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MS는 최근에 매출 규모가 절반 수준에 불과한 애플에게 IT 기업 시가총액 No.1의 자리를 넘겨줘야 했다. 이를 두고 개인 고객 시장에서의 부진이 중요하게 작용했다는 평가가 많다. 과연 MS는 개인 고객 시장에서 과거의 명성을 회복하며 PCC라는 새로운 흐름을 주도할 수 있을까?
관건은 올 하반기에 선보이는 윈도우 폰 7과 Xbox 360용 키넥트가 얼마나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 올 연말부터 내년에 이르는 기간은 MS와 PCC의 미래를 가늠해볼 수 있는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