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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능적인 쾌락은 행복에 유익할까?

quantapia 2008. 7. 7. 14:00
'아무도 날 찾는 이 없는/외로운 이 산장에(중략) 세상에 버림받고/사랑마저 물리친 몸/병들어 쓰라린 가슴을 부여안고/나 홀로 재생의 길 찾으며 외로이 살아가네'
자신의 노랫말대로 '산장의 여인'이 되어 독신으로 외롭게 살던 가수 권혜경은 77세에 지병 악화로 숨을 거뒀다. 정말 말이 씨가 된 것일까? 말로 해도 외롭고 슬픈 것을 노래로 불렀으니 결국 외롭고 쓸쓸하게 살다가 세상을 하직하게 된 것은 아닐까?

우리는 객관적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고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를 통해 인식한다. 산장의 여인의 노랫말은 쓸쓸함, 외로움이 느껴진다. 이를 같은 상황이라고 가정하고 긍정적인 언어로 바꿔보자
'아무도 날 찾을 이유 없는/조용한 이 산장에(중략) 세상의 속박에서 벗어나/사랑마저 극복하고/기쁨에 벅찬 가슴을 부여안고/나 홀로 독립하여 행복의 길 찾아 가네'
언어결정론에 의하면 인간은 객관적 세계에 살고 있는 것처럼 흔히들 생각하지만 사실은 언어를 매개로 살고 있다. 실제 세계는 언어 습관의 기초 위에 세워져 있으며 언어가 우리의 행동과 사고의 틀을 만든다고 한다. 행복한 사람은 성공과 실패에 대해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말하고 생각하는 경향이 크다. 그러나 불행한 사람은 자신의 성공과 실패를 객관적이고 공정한 언어로 예리하게 평가한다.

긍정심리학의 창시자인 <마틴 셀리그만>은 심리학이 인간의 부정적인 측면만 들춰 내려 한다는 것을 깨닫고 다른 세 사람의 심리학자와 함께 긍정적인 인간 심리를 찾아보기로 했다. 그리하여 누구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길을 발견했다. 긍정 심리학에 따라 행복을 추구하려면 우선 '쾌락'과 '만족'을 정확히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몰입의 즐거움>으로 유명한 <칙센트 미하이>는 ‘쾌락은 강력한 동기유발 요소이지만, 변화를 일으키지는 않는다. 만족은 도전에 맞서야 하고 실패도 맛 볼 수 있지만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온다.’고 생각했다. 행복하게 사는 원리는 의외로 간단하다. 행복감은 바로 '만족감'을 증진시킴으로써 충족되는 것이다.

관능적인 사진 등을 보면서 웃고 즐기는 것처럼 쾌락은 아무런 노력이나 기술이 없더라도 누구나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만족을 얻으려면 도전에 맞서야 하고, 때에 따라 실패할 가능성에도 직면한다. 쾌락은 쉽게 얻지만, 자신의 강점을 발휘한 산물인 만족은 얻기 어렵다. 쾌락적인 활동을 할 때, 우리는 오로지 소비만 하는 셈이다. 향긋한 향수, 맛있는 딸기, 관능적인 몸짓은 모두 순간적으로 즐거움을 주지만 미래를 위해 무언가를 형성하지는 않는다. 투자가 아니므로 아무것도 축적하지 못한다. 반대로 만족 또는 몰입을 경험하는 활동을 할 때는 미래를 위한 투자로서 심리적 자산을 축적하는 것이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경험하는 슬픈 일과 기쁜 일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삶은 달라진다. 해고나 승진, 이혼,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같은 중대한 변화도 석 달만 지나면 개인의 행복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어느 날 페르시아의 왕이 신하들에게 마음이 슬플 때는 기쁘게 기쁠 때는 슬프게 만드는 물건을 가져올 것을 명령했다. 신하들은 밤새 모여앉아 토론한 끝에 마침내 반지 하나를 왕에게 바쳤다. 왕은 반지에 적힌 글귀를 읽고는 웃으며 만족해했다. 반지에는 이런 글귀가 새겨져있었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행복한 사람은 세상을 긍정적이고 낙관적으로 보는 사람이다.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사람은 남의 단점을 고치려 하기보다는 강점을 단련하고 계발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대인관계에서도 상대의 단점을 고치려 하기보다는 장점을 찾아 강화해주는 것이 생산적이고 우호적인 관계에 도움이 된다.